<연 구 요 약>
1. 배 경
자기공명영상(MRI)는 수술 없이 해부학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인체 내부를 영상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임상에서 사용되는 다른 방법인 PET에 비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CT에 비해서는 감도가 훨씬 우수하다.
MRI에서 보다 더 명확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조영제(contrast agent)가 필수적이다. 조영제는 조직 간의 대비를 더욱 명확하게 하여 정확한 판독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으며, 최근에는 분자 생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분자 수준의 생명현상을 영상화 하려는 연구들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MRI조영제는 상자성(paramagnetic) 화합물과 자성 나노입자로 구분할 수 있다. 가돌리늄 이온(Gd3+)이나 망간 이온(Mn2+)으로 대표되는 상자성 화합물 조영제는 T1조영제라 부르며, MRI영상에서 해당 부위가 밝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 사용되는 MRI 조영제의 대부분은 가돌리늄 이온을 기반으로 하는 T1조영제로 혈뇌장벽의 손상, 혈관계의 분포 및 이상여부 등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T1 조영제는 감도가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에 분자 및 세포 수준의 보다 더 정밀한 진단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가돌리늄 이온의 독성에 의한 신원성전신섬유증(NSF)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T1 조영제는 체내에서 빠른 시간 안에 배출 되어야 하며, 이는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체내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성 나노입자는 현재 산화철로 이루어진 초상자성 나노입자가 T2 조영제로 각광받고 있다. T2 조영제는 MRI 장비 내에서 자장교란을 통해 MRI 영상에서 해당 부위를 어둡게 만든다. 산화철은 생체 적합성이 높은 물질로 주성분인 철은 주입 후 분해되어 체내에서 철을 필요로 하는 헤모글로빈 등에 활용된다.
현재 사용되는 T2 조영제가 T1 조영제에 비해 감도가 우수하기는 하지만, 생체내의 미묘한 생명현상을 영상화 하는 데에는 아직도 한계가 있다. 최근들어 활발히 연구되는 이식된 줄기세포의 추적 및 분화, 암세포의 전이 과정 및 면역세포의 이동과 같은 세포 수준의 현상을 정확히 판독하기 위해서는 매우 적은 수 혹은 단일 세포를 MR 영상에서 볼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조영제로는 수 천개 이상의 세포를 영상화 할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연구용 MRI 기기의 경우 임상용 MRI보다 자기장이 훨씬 강하고, 관찰하는 영역이 좁기 때문에 임상용 영상보다 신호가 강하며 영상의 해상도도 훨씬 높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임상에서 세포 수준의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영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조영효과를 갖는 나노입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T2조영제의 조영효과는 조영제의 자기적 성질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근 발달한 나노입자의 제조 기술을 이용하면 조영효과를 더욱 더 향상 시킬 수 있다. 비록 몇몇 연구진에 의해서 기존의 조영제에 비해 효과가 뛰어난 나노입자가 발표되었지만, 체내에서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망간 및 코발트 이온을 포함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생체 적합성이 높은 자성 물질인 산화철은 30~120nm 사이에서 자기적 성질이 가장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자연계에서는 해당 사이즈의 나노입자가 매우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자성박테리아의 경우 박테리아 내부에 마그네토좀(magnetosome)이라 불리는 30~100nm 사이의 산화철 나노입자가 존재하며, 자성박테리아는 이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나침반처럼 지구의 자기장에 반응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자성박테리아 내부의 산화철나노입자를 분리해 낼 수는 있지만, 나노입자의 저비용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인위적인 합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자성체 산화철 나노입자는 나노입자간의 강한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합성 과정을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현재까지 균일한 크기의 강자성체 산화철나노입자의 합성은 극도로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2.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는 자성박테리아의 마그네토좀과 크기와 모양이 매우 유사한 강자성나노입자(FION, Ferrimagnetic iron oxide nanoparticle)을 화학적 방법으로 합성하였다. FION은 기존에 사용되던 T2 조영제에 비해 자기적 성질은 2배 정도 우수하였으며, MR 조영효과는 상용화된 조영제에 비해 2~3배 정도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FION은 최근 개발된 다른 자성 나노입자에 비하면 나노입자 한 개 당 조영효과는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에 해당 부위에 극소수의 나노입자만 존재해도 MR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체에 무해한 철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어 임상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여러 종류의 세포나 동물에서 이상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으며, FION으로 표지된 췌도를 이식받은 쥐의 경우 최대 150일 이상 생존하였다.
FION은 줄기세포, 췌도, 암세포 등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매우 쉽게 표지할 수 있었으며, 세포의 기능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9.4T MRI를 이용하여 FION으로 표지된 세포를 영상화 했을 때, 단일 세포까지 영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얻어진 영상은 형광현미경으로 얻은 영상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이러한 단일 세포 영상을 생체 MR영상으로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FION으로 표지된 세포를 쥐에 이식한 후 쥐의 뇌를 MRI를 이용하여 관찰하였다. 그 결과 쥐 뇌로 이동한 많은 수의 암세포를 단일 세포 수준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혈관 내로 주입된 암세포가 뇌로 이동한 것을 영상화 한 것으로, 추후 암 전이에 관한 연구 등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임상으로의 적용을 위하여, FION을 이용하여 이식된 췌도를 MRI로 영상화 하였다. 췌도는 췌장에 있는 기관으로 혈당량을 낮추는 인슐린을 분비한다. 따라서 당뇨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1형 당뇨의 경우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체내에 있는 면역세포가 췌도를 파괴하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췌도 이식은 1형 당뇨의 치료방법 중 하나로, 이식된 췌도가 혈당량에 따라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저혈당 등의 부작용없이 일정한 혈당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식에 쓰일 수 있는 췌도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이식후 면역 거부반응으로 이식된 췌도가 파괴되기 때문에 췌도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매우 시급히 요구된다. 물론 현재 사용되는 혈당량 측적으로도 췌도의 기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췌도가 파괴된 후에야 혈당량에 이상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1) MRI영상을 통해 이식된 췌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어야 하며 2) 표지된 췌도는 정상 췌도와 기능적으로 차이가 없어야 하며 3) 임상용 MRI장비에서 사람의 복부라는 큰 영역을 영상화 했을 때에도 췌도가 MR영상에 선명하게 나타나야한다.
FION을 이용한 췌도 표지는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게 일어났다. 본 연구 결과에서는 단 2시간 동안 표지했을 경우에도 췌도를 MR 영상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실제로 췌도를 이식하기 위해 공여자로부터 분리하게 되면 췌도 내부의 혈관이 많이 손상되기 때문에, 신속한 췌도 이식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FION은 표지 시간을 단축시켜, 다른 조영제를 사용했을 때에 비해 췌도 이식 성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FION으로 표지된 췌도는 정상 췌도와 기능상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본 연구에서 당뇨가 유발된 쥐에 FION으로 표지된 쥐를 이식했을 때,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이식 후 최대 150일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하였다. 또한 동종 이식된 췌도의 경우 MRI영상으로 150일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이종 이식된 췌도는 면역 거부 반응으로 빠르게 파괴되기 때문에 이식후 하루만 지나도 관찰되는 췌도의 개수가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15일 후에는 췌도를 거의 관찰할 수 없었다. 기존 연구에서 쥐에서 혈당량을 측정하여 췌도의 이상유무를 판단할 때는 췌도의 이종이식후 일주일간은 혈당량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등, 실제 췌도의 상태보다 늦게 췌도 면역거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반면 본 연구에서는 췌도의 파괴를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면역 거부에 의한 이상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것이다.
마지막으로 임상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알기 위해, 사람과 크기가 거의 유사한 돼지를 이용하여 췌도를 이식 관찰하였다. 사람은 쥐와 달리 MRI로 매우 넓은 영역의 영상을 얻어야 하는데, 이 경우, 영역이 좁을 때에 비해 MRI 신호가 약해지며 전체적인 해상도 역시 감소한다. 쥐 MR영상의 해상도가 100μm 정도 되는 반면, 사람 복부 MR영상은 해상도가 1mm이다. (췌도의 크기는 대략 100~200μm). 이 실험에서는 개복(開腹)수술 없이 임상과 같은 방법으로 영상의학 전문의가 주사 바늘로 간문맥에 접근하여 간 문맥의 흐름에 의해 췌도를 이식하였다. 이식 후 얻어진 MR 영상에서는 간에서 췌도가 어두운 점으로 명확하게 관찰되었다. 특히 이 실험에서 사용된 돼지 췌도의 경우 인간의 췌도보다 구조가 훨씬 약해서 쉽게 파괴되는데도 영상으로 얻었기 때문에, 임상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3. 결론
본 연구에서는 자성박테리아의 마그네토좀과 크기와 모양이 매우 유사한 산화철 나노입자를 합성할 수 있었다. 합성된 나노입자 FION은 기존의 조영제에 비해 조영효과가 월등히 우수하였으며, 생체적합성이 높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임상에서도 적용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에서는 FION을 이용하여 단일 세포 및 단일 췌도를 MRI영상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따라서 FION을 이용하면 기존에 연구에 어려움이 있던 암세포의 전이, 면역세포의 이동, 동맥경화, 줄기세포의 이동 및 분화등을 MRI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관찰하여 세포 수준의 다양한 생명현상의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되며 나아가 암의 조기 진단 및 예후예측 등 임상에서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췌도 이식등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세포 치료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FION의 합성은 기존의 현택환 교수 주도로 이루어진 균일한 나노입자의 합성 방법과 유사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산화철 기반으로하는 추후 조영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