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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조선시대에 도인이라 불릴 정도로 학식이 높았던 유학자 화담 서경덕이 있습니다.
서 화담은 글자 한 자를 써서 방 안에 붙여놓고 이를 보며 몇날 몇일이고 생각해 그 뜻을 깨쳤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 글자 한 글자...서화담의 방안 벽에는 글자를 써 붙여 놓은 종이가 겹치고 겹쳐 빈틈없이 붙어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몰입'입니다.


◆ 몰입의 탄생

'몰입'의 저자 황농문 교수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자신이 신청한 연구과제는 탈락하고 대신 다른 사람이 수행하던 ‘저압 다이아몬드’ 관련 연구를 인수 받게 됩니다.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도 아니고, 게다가 다른 사람이 하던 연구를 이어서 해야 한다는 부담이 그를 짓누릅니다.
만고 끝에 그는 마음을 고쳐 잡고 저압 다이아몬드에 대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근본적이자 핵심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는 특별한 경험 즉, ‘몰입’ 상태에서 이 문제를 통쾌하게 극복하며 ‘다이아몬드 생성 매커니즘 규명’이라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내놓습니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황 교수는 ‘몰입’의 메커니즘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정리하는데, 그 결과 나온 것이 책 ‘몰입’입니다.


◆'몰입'에는 프로이드와 달마가 있다 

‘몰입’을 읽고 이를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1980~90년대 유행했던 마인드콘트롤 관련 서적,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 불가나 도가의 수행서 등을 한 번에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스스로 생각을 컨트롤하고, 이성 중심의 사고보다는 감성을 중시하면서도, 어떤 수행자와 같은 진지한 자세를 나름의 체계적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천재가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는 사람이 곧 천재

이 책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황농문 교수가 이 책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핵심은 “몰입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인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범부의 입장에서는 우러러볼수 밖에 없는 천재 입니다.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은 “나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얻어낸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도 99번은 일반인과 똑같고, 단 한 번 천재가 되는 것인데, 이는 아인슈타인이 끊임없이 사고(몰입)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일반인과의 차이”로 해석합니다.


◆ 몰입이란 물 흐르는 것과 같다

저자는 몰입이 지극히 이상적인 상태이지만, 그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소개한  몰입 이론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로는 몰입을 ‘플로우(FLOW)’라고 명명했습니다.
마치 하늘을 날거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에서 몰입이 이뤄진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몰입에 들어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몰입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습니다.
문제설정, 몰입할 수 있는 환경 확보, 불필요한 외부 정보의 차단, 혼자만의 공간 선정, 규칙적이고 땀 흘리는 행동, 단백질 위주의 식사 등입니다.

이어 완전한 몰입에 들어가는 3일간의 과정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날은 ‘잡념을 털어내고 자세를 만든다’, 둘째날은 ‘아이디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셋째날은 ‘생각하는 재미가 솟구친다’ 입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몰입을 하면 아이디어가 샘처럼 솟아나는데, 이 때 상태를 ‘행복의 절정’, ‘권태없는 영원한 쾌감’ 등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불가 수행자가 득도했을 때 광명을 보는 듯한 기쁨을 얻는 상태와 유사합니다.
그래서인지 저자도 책 속에서 몰입과 화두선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합니다.


◆ 이성과 직관의 순환

이 내용은 이 책에서 특기할만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나는 결코 이성적인 사고 과정 중에 커다란 발견을 이룬 적이 없다.” <아인슈타인>

저자는 고도의 이성적 두뇌 활동인 몰입이 영감적 직관과 선순환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그 매개체는 바로 ‘수면’ 입니다.

즉 몰입 과정 중의 수면(특히 선잠) 상태에서 몰입의 원인인 문제 해결의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미 몰입과정에서 나온 해법이나 아이디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인데, 이를 수면 중에 찾게 되는 것으로, 이는 곧 ‘내 안에 있는 아이디어’라고 합니다.


◆스스로 하는 몰입인가, 어쩔 수 없는 몰입인가

저자는 몰입을 분류합니다.

양태에 따른 분류는 스포츠 등 ‘활동 위주의 몰입’과 학습 등 ‘사고 위주의 몰입’이 있습니다.
동기에 따른 몰입 분류도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몰입에 빠져드는 ‘능동적 몰입’과 업무가 과제 등을 맡게 될 때 경험하는 ‘수동적 몰입’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의에 의한 수동적 몰입이라도 스스로 마음먹기에 따라 능동적 몰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 몰입의 즐거움도 배가 되고 보람도 커지는 것.
저자 역시 몰입하게 된 동기가 다른 사람이 수행하던 ‘저압 다이아몬드 연구’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맡았다가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킨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 내용 중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몰입의 근본적 동기입니다.
저자는 시인 ‘기요르기 팔루디’나 ‘톨스토이’ 등을 사례로 몰입의 근본적 동기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강조합니다.
근원적으로는 수동적 몰입인 셈입니다.
그러나 종교적 이유이던 사상적 이유이던 간에 죽음과 무관한 삶을 살아가며 어떤 것에 '몰입'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 베스트셀러 '몰입'

이 책은 흥행에 성공하며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몇 몇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이 부분에 다소 의아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몰입’의 체계적 정리와 경험 사례 실증, 실천 방법의 구체화 등 저자의 소위 ‘이공계 마인드’적 정리와 서술이 동류의 책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몰입을 교육으로 연계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영재·조기교육 등 갈수록 교육열이 높아지는 시기적 상황과 맞물려 흥행의 한 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2년 2월 14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TEDxDaejeon salon에서 몰입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황농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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