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성명서
한국천문학회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존재 이유와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내려진 이 비상식적인 결정을 통렬히 규탄하면서, 관련 학계와 연구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예로부터 문명국가는 독립 주권국가임을 상징하고 시각의 표준을 정하기 위해 역(歷)을 관장하는 천문기관을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였다.
우리나라도 신라의 첨성대, 고려시대의 서운관, 조선시대의 관상감으로 이어지는 유구한 천문학 전통을 면면히 이어 왔다.
이러한 주권국가의 자존심은 일제에 의해 관상감이 폐지되면서 여지없이 무너졌다가 1974년 대통령령으로 국립천문대가 발족됨으로써 비로소 회복되었다.
이 국립천문대는 1986년에 정부출연연구소인 천문우주과학 연구소, 천문대를 거쳐 현재의 한국천문연구원에 이르고 있다.
순수 기초과학 연구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의 부설 연구소로 한국천문연구원을 이관하는 것은 국가 천문기관으로서의 핵심 기능을 무시하고 연구 기능만을 살리려는 매우 잘못된 결정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학과 연구재단 산하에 대형 천문대나 천문학 관련 연구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가천문업무를 수행하는 국립천문대나 천문연구소를 별도기관으로 운영하는 것은 그 중요성과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OECD 30개국 중 27개국이 독립된 국립천문대나 천문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중요성은 자명하다.
2010년 4월에는 이 같은 국가천문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법률 제 10226호로 천문법이 제정되었다. 제정이유에 명시되어 있듯이 천문법은 전 지구적으로 통합된 정보화 사회에서 부정확한 역법체계로 인한 예상치 못한 손실을 피하고 대한민국이 과학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다.
이렇듯 국가천문업무는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위상과 21세기 우주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국가적 책무이다.
또한 한국천문연구원은 국가 천문기관으로서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등과 같은 대형 천문관측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함으로써 국내 천문학 연구와 교육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제협력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25m 거대마젤란 망원경(GMT) 건설 사업에도 한국천문연구원이 한국을 대표하여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국가 천문기관이라는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천문학 연구 및 지원의 위축, 타 연구기관의 간섭, 독립적 계약의 제약, 국가대표성의 상실 등 여러 측면에서 국제협력 사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한국천문학회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천문학회는 국가 천문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천문연구원을 반드시 독립 기관으로 존치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2년 1월 25일
사단법인 한국천문학회 회장 민 영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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