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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적인 출연(연) 개편과 통폐합 저지를 위한 투쟁결의문

오늘 우리 과학기술분야 22개 출연연구기관 노조 간부들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명운을 걸고 이 자리에 섰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과학기술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과학기술부와 과학기술부총리제, 정통부를 폐지하였다. 과학벨트 등 주요한 과학기술관련 사업은 정치적·지역적 이해에 의해 수년간 표류하다가 결국에는 불안정하고 부실하게 결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출연연구기관을 두 개의 부처로 나누어 놓아 본래의 설립 목적과 역할, 위상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일방적으로 생명공학연구원과 카이스트의 통합을 추진하다가 과학기술계의 반대에 부딪쳐 중단하였고 안전성평가연구소를 민영화 민영화하기 위해 ‘투기자본(사모펀드)’까지 동원하였으나 결국 실패했다.

어디 그 뿐인가?

‘공공기관 선진화 지침’이라는 미명 아래 출연연구기관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획일적인 지침을 강제하였다.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생명인 연구기관에 무조건적인 초임삭감을 강제하였고 연구현장을 황폐화 시키는 것으로 이미 결론 난 성과연봉제와 이진아웃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압박하였다. 사업과 예산은 증가하는데 정원을 감축하거나 동결할 것을 강요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심각한 지경인데도 인턴사원 확대를 강제해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확산시켰다.

노동조건도 지속해서 하락했다. 수년간 임금은 동결되었고 삭감된 출연연도 적지 않으며 각종 복지제도는 축소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차별철폐 요구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수많은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지금도 연구현장을 속속 떠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년차별은 시정되지 않았고 국회가 특별결의안을 채택한 정년환원에 대해서도 정년 후 선별 연장계약이라는 꼼수만을 내놓고 있다.

지난 4년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은 혼란과 실패의 연속이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역사의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았다. 이 모든 것이 연구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해에 의해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 정권과 부처 이기주의에 빠진 정부 탓이다.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실정을 참다 못한 연구현장은 근본적으로 지배구조의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출연연구기관의 지배구조 일원화를 요구하였다.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새롭게 출범시키기는 했지만 지식경제부 등의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국과위 위상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고 급기야는 출연(연)과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전반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입히게 될 이번 개정법률(안)을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부응하는 출연(연)의 역할 변화에 대한 고민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전략적 판단도 찾아 볼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기형적이고 모호한 방안이다. 결국 이런 개정법률(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몇몇 출연(연)이라도 수하에 두고 싶어 안달이 난 국과위와 자신의 이권을 악착같이 지켜낸 지식경제부 등 부처가 야합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개정법률(안)은 폐기되어야 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하에 출연연구기관 관련 및 출연연구기관 관련 법령이 완전히 새롭게 개정되어야 한다.

국과위에 강력히 촉구한다.

출연연 관련 개정법률(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철회하라!!!

연구개발 시스템 전반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법률 제정 및 개정을 위해 연구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라!!!

이번 개정법률안이 통과된다면 과학기술계 전체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 22개 출연연 노조 대표자와 간부들은 국과위가 연구현장의 요구를 수렴하지 않고 법률 개정을 강행 할 경우 40년 출연연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위력적인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과학기술노동자의 힘을 모아 출연연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투쟁에 주저하지 않고 힘차게 나설 것이다.

 

2012. 1. 16

졸속적인 출연연 개편과 통폐합 저지를 위한 간부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지부, 한국천문연구원지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부, 한국기계연구원지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지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지부, 한국화학연구원(안전성평가연구소)지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지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지부, 한국한의학연구원지부, 국가핵융합연구소지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지부, 한국해양연구원지부, 극지연구소지부, 한국전기연구원지부, 재료연구소지부, 한국식품연구원(김치연구소)지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지부 등 20개 지부(22개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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