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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과학/깊이있는과학

이것이 물위를 걷게 하는 스마트 나노구조 입자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을 지키는 연꽃잎, 건조한 사막에서도 물 걱정 안 하는 딱정벌레, 영양분 공급 걱정 안 하는 끈끈이주걱, 물위를 자유자재로 걷는 소금쟁이, 물이 젖지 않는 나비날개...

이들은 모두 나노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신기한 생존현상을 만들어 낸다.

육안으로 보면 연꽃잎이 매끈하게만 보이지만 그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울뚝불뚝 돋아 있고 그 봉우리에는 나노미터 수준의 돌기가 오돌토돌하게 배열되어 있다.

연꽃잎에 맺힌 물방울 사진과 나노구조의 전자현미경 사진과 봉우리의 모식도

이렇게 크기가 다른 미세 구조들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는 구조로 인해 연꽃잎은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초소수성(superhydrophobicity)을 갖게 된다.

따라서 연꽃잎에 물이 닿으면 물이 퍼지지 않고 방울방울 맺혀 그대로 흘러내려 먼지를 쓸어내는 자기 세정 효과를 지닐 수 있다.

연꽃잎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은 이러한 소위 연꽃잎효과(Lotus Effect)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 물방울에 대해서 연꽃잎은 물을 끌어들이는 친수성(hydrophilicity)을 보인다.

아침에 연꽃잎에 맺힌 물방울은 공기 중의 수분을 끌어 모아 큰 방울로 뭉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증기의 작은 물방울이 연꽃잎에 존재하는 나노크기 실타래 같은 것 사이에 갇혀 응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맺힌 물방울이 구르면서 잎에 묻은 먼지를 씻어내기 때문에 연꽃이 흙탕물에서 자라지만 꽃잎은 항상 깨끗하다.

사막의 딱정벌레는 날개 표면에 있는 연꽃잎과 유사한 나노구조가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 방울로 맺히게 하여 마심으로써 갈증을 해결한다.

사막의 딱정벌레와 나노구조의 전자현미경 사진

이밖에도 끈끈이주걱에 돋아 나있는 섬모의 끝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나노 기둥이 배열되어 있어 끈끈한 방울이 맺히고 여기에 포획된 곤충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섭취한다.

끈끈이 주걱과 나노구조의 전자현미경 사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양승만 교수팀(광자유체집적소자 창의연구단)은 연꽃잎 나노구조를 표면에 갖고 있는 미세입자를 균일한 크기로 연속적으로 생산하고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최근 Nature와 Nature Nanotechnology등 해외 저명학술지로부터 크게 주목 받는 연구 성과를 거뒀다.

연꽃잎 나노구조로 발생하는 소위 연꽃잎효과(Lotus Effect)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여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이 활발히 개발 중이나 현재의 기술수준은 연꽃잎 효과를 지니는 실용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연꽃잎의 나노구조를 생체 모방한 미세입자제조 공정모식도

양 교수 연구팀은 감광성 액체방울을 이용하여 연꽃잎의 나노구조를 생체에 모방하여 크기가 균일한 미세입자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Nature Nanotechnology에 실린 물 위에 뜬 물방울 사진: 연꽃잎 나노구조를 갖는 미세입자를 물표면에 뿌리면 막이 형성되고 이 막 위에 물을 뿌리면 방울로 맺히게 된다. 이것은 미세입자를 이용하면 물위로 물체를 띄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나노구슬이 스스로 구조를 형성하는 자기조립 원리를 이용함으로써 제조공정이 손쉽고 빨라 경제적이다.


우선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인 균일한 유리구슬을 감광성 액체 속에 분산시킨 후, 크기가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균일한 액체방울로 만들어 물에 주입하고, 물-감광성 액체-유리구슬 사이의 표면화학적 힘의 균형을 유지시키면 유리구슬은 저절로 감광성 액체방울 표면 위에 촘촘히 육방밀집구조로 배열하게 된다.

Nature에 실린 물방울로 만든 구슬을 집게로 잡고 있는 모습: 연꽃잎 나노구조를 갖는 미세입자가 물을 포획하여 물방울 구슬을 만든 모습. 이 물방울구슬은 집게로 찌그러트려도 안 터지며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

이 때 자외선을 감광성 액체방울에 쪼여서 고형화 시킴으로써 수 천 개의 유리 나노구슬이 박혀있는 입자를 얻게 된다.
그 후 유리구슬을 불산으로 녹여내면 마치 골프공 같이 분화구가 촘촘하게 파진 미세입자를 만들 수 있고 여기에 플라즈마(높은 에너지를 갖는 기체이온)를 쪼여주면 분화구가 깊게 깎이면서 연꽃잎과 같은 나노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연꽃잎 구조는 세계적인 연구그룹들이 활발히 개발 중이며 최근 나노식각공정을 사용해 평판 위에 연꽃잎 효과를 구현한 결과는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머리카락 보다 가는 미세한 입자표면에 연꽃잎 구조를 자기조립법으로 만든 최초의 사례로서 이 분야의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핵심요소다.

연꽃잎의 나노구조를 갖는 미세입자를 물 표면에 뿌리면 막이 형성되고 이 막은 유리 막대를 찔러도 뚫리지 않고 유리막대에 물이 묻지 않는다.

이렇게 제조된 연꽃잎 효과를 나타내는 미세입자의 응용은 다양하다.

세차가 필요 없는 자동차, 김이 서리지 않는 유리, 비에 젖지 않는 섬유, 스스로 세정하는 페인트 그리고 비나 눈물에 얼룩이 지지 않는 화장품 등도 개발할 수 있다.

또 화학 및 바이오센서 등의 마이크로 분석소자, 물위를 걸을 수 있는 마이크로로봇, LCD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도 연꽃잎 효과를 이용한 코팅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승만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