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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도 유성구의회 의정비는 올해보다 7.4%이나 인상된 3850만 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아마도 전국 최고 수준의 인상률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이 있기까지 어이없는 과정과 공무원의 위법행위 조장, 주민여론 무시와 실정법 위반, 그리고 의혹...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 1차 회의(2011년 10월 13일/ 유성구청 3층 회의실)

위원 구성은 저를 비롯해 한남대 교수, 변호사, 통장, 대전경실련, 주부교실, 기업인, 장애인단체 지부장, 전 유성구의회 의장 등 9명입니다.

당초 10명이었으나, 한 명이 개인사정상 불참석 의사를 밝혀 최종 9명이 됐습니다.

◇행안부 권고안 제의

올해 유성구의회 의정비는 의원 1인당 3585원 입니다.

1차 회의 때 유성구 측에서 대부분 처음인 위원들을 위해 '회의참고자료'를 준비해놨습니다.

그런데 이날 배석한 공무원은 행안부 권고안의 가운데인 9% 인상액 3931만 원을 '기준액'으로 명기하고 마치 이를 기준으로 다뤄야 한다는 뉘앙스의 설명을 해줬습니다.



아울러 최근 유성구의원 3명이 외유성 유럽 연수를 다녀오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거론됐습니다.

◇동결이냐 인상이냐

동결안과 인상안이 표결에 붙여졌는데, 인상안이 가결됐습니다.

다시 인상폭이 2.5%냐 3.5%냐를 두고 투표해 3.5% 인상안이 결정됐습니다.

■ 주민여론조사

지방자치법 상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민여론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조사 방법은 전화여론조사가 결정됐고, 비용은 400만 원 대(유성구 자료) 였습니다.

여론조사 문항은 행안부 예시안에 따라 작성됐습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34조 6항은 금액 결정에 이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34조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구성 등)
⑥ 심의회는 제5항의 금액을 결정하려는 때에는 그 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위하여 공청회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기관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 [개정 2008.10.8]


■주민여론조사 결과
 
2차 회의를 앞두고 3.5% 인상안에 대한 주민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2.8%가 높다고 답했습니다.

적정하다는 의견은 27.2%,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0% 입니다.

유성구민들이 제안한 2012년도 적정 의정비는 올해보다도 1.2% 내린 3542만 원으로 결론났습니다. 

■2차 회의(2011년 10월 27일/ 유성구청 3층 회의실)

◇결정하는 날 '유성구의회 얘기도 들어보자'?

이날 2차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갑자기 구의회 측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미 설문조사 결과까지 나온 시점에서 말입니다.

의회사무국 의정담당이 5페이지짜리 자료를 갖고 나와 다시 행안부 권고안 등을 언급했습니다.
  
◇뜬금없는 9% 인상안

의회사무국 직원의 얘기가 끝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 분이 행안부 권고액인 9% 인상을 주장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맞장구치고, 또 다른 사람이...

2주동안 뭔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1차 회의에선 3.5% 인상안도 두 차례나 투표해 결정한 것인데, 아예 9% 인상안이 다수설이 됐습니다.

인상 이유는 '의원들이 수고한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 '의정비가 적으면 부정 비리가 날 수 있다' 등 감정적인 것들 뿐입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4조 6항 '반영하여야 한다'의 해석

이에 주민여론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법령의 규정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유성구청 공무원은 이에 대비라도 한듯 과거 대전시청의회의 해석 등을 들어 '반드시 주민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친절하게 해줍니다.

위원인 변호사님은 '강행규정이기는 하나 규정에 구체적인 적용 폭이 없어 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상당부분 반영해야 한다'는 소견을 내셨습니다.

◇삭감, 동결, 그리고 9% 인상

결정안을 내기 전 일부 위원들의 9% 인상에 대한 당위성 주장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먼저 법령에 따라 주민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1.2% 삭감안을 냈습니다.

이어 변호사님과 주부교실, 대전경실련의 동결안이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세 명은 9% 인상안.

두 명은 이 때까지도 명확한 의사표현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표가 흩어져 자칫 9% 인상안이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삭감안을 철회하고 동결에 표를 보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동결과 인상안을 두고 투표를 한 결과 5대 4로 인상이 결정됐습니다.

◇얼마나 인상할 것이냐

이제 얼만큼을 인상한 것이냐를 결정할 차례가 됐습니다.

저는 인상을 한다해도 주민여론조사 결과를 존중해야 함으로 인상폭이 당초 여론조사 제시액인 3.5% 보다는 낮아야 한다고 제의했습니다.

주부교실과 대전경실련은 구체적으로 2.5% 인상, 변호사님은 지난 3년간 동결된 내용과 공무원 임금인상률 등을 고려해 절충한으로 3.5% 인상안을 제시했습니다.

9% 인상을 주장했던 3명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표결 결과는 9% 인상안이 5표가 나왔습니다.

◇2/3의 찬성으로 의결

그런데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금액을 결정하려면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제34조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구성 등)
⑤ 심의회는 위원 위촉으로 심의회가 구성된 해의 10월 말까지 제33조제1항에 따른 금액을 결정하고, 그 금액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 의장에게 지체 없이 통보하여야 하며, 그 금액은 다음 해부터 적용한다. 이 경우 결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개정 2008.10.8]

이어 9% 인상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됐지만, 찬성은 5표 뿐이었습니다.

재투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2시간을 넘게 회의가 진행되면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상황입니다.

◇유성구청 공무원의 위법 조장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 위원이 절충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8% 대 인상안.

역시 5대 4로 부결됐습니다.

회의가 길어지는 가운데 '법'을 잘 모르시는 몇 몇 위원들은 다수결로 하자 등등의 얘기가 오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석한 유성구청 실장까지 나서서 법령을 무시하는 제안을 내놓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보다못한 변호사님이 '위법행위'라며 일침을 놓자 잠잠해집니다.

다시 7.4% 인상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길어지는 회의에 지쳐서인지...이런 판에 더이상 있고 싶지 않으셨는지...

한 분이 찬성으로 돌아섰고, 결국 6대 3으로 7.4% 인상안이 결정됐습니다.

구청 직원이 결정안에 서명을 해달라고 종이를 들이밉니다.

정말 하기가 싫어서 안하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님이 '그래도 절차에 따라 결정된 것이니 서명을 해야하지 않느냐'며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서명을 하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지금까지도 후회와 실망이 가시질 않습니다.
서명을 하지 말았을 것으로 하는 생각도 지워지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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