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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매년 600만 ㏊(헥타아르), 즉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2.7배에 해당하는 지역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또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인 30억 명이 식량 부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 중 10억 명은 ‘절대기아자’다.

사막화와 식량부족은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나라에 사막화 방지를 통해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과학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일명 ‘고구마 박사’로 잘 알려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인 곽상수 박사다.

◆식량문제 극복 위해 시작한 고구마 개량 연구

우리나라 살림살이가 넉넉치 않았던 1960년대, 곽 박사는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이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식량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 입학 당시 주저 없이 농학과를 선택한 그는 1988년 일본 동경대 유학시절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식물의 키를 크게 하는 호르몬을 연구하며 식량 증산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1990년 생명연에 첫 발을 디딘 곽 박사는 처음 4년 동안은 식물에서 발현되는 고부가가치 항암제나 친환경 배양세포 생산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곽 박사는 이 같은 연구는 제약회사나 대학 연구실에서 진행돼야 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보다 큰 가치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식량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곽 박사는 1995년부터 본격적인 고구마의 항산화 연구를 시작했다.

고구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최소한의 수확이 보장되는 작물이다.

당시 고구마는 단순히 구황작물로만 여겨져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래 식량 해결에 굉장히 기여할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이 같은 그의 확신은 지난 2007년 미국의 공익과학단체가 발표한 최고의 건강식품 10개 가운데 첫 번째로 등장하면서 입증됐다.

곽 박사는 이미 2001년에 세계 최초로 고구마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현되는 스트레스 유도성 항산화 유전자 프로모토 발견하면서 관련 연구를 선도하고 있었다.

고구마는 다른 작물에 비해 형질전환이 어렵고, 때문에 그동안 적지 않은 다른 연구자들이 연구를 포기했었다.

곽 박사의 연구 성과는 감자와 포플러 등 다른 식물의 환경 스트레스 극복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사막화와 식량문제를 동시에 해결

2000년 초 곽 박사는 중국과의 협력연구를 수행하던 중 중국에서 진행 중인 사막화를 목격했다.

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가 직면한 문제였다.

UNEP(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세계의 토지면적인 149억 ㏊ 가운데 이미 1/3에 해당하는 51억 ㏊가 사막으로 변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가 32.3%, 아프리카 24.9%, 아메리카 24.2%, 호주 12.8% 등으로, 인구밀도를 고려할 때 특히 아시아 지역의 사막화가 심각했다.

곽 박사는 “사막화는 곧 인근 지역민들의 가난으로 직결되며, 가난으로 인한 환경 훼손은 다시 사막화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가져 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극한 환경에 견딜 수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이를 소득 작물로 대체할 경우 사막화 방지와 식량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곽 박사는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과 중국의 작은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중국의 현지 품종을 개량해 사막에서도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돼야 하는 문제였다.

곽 박사를 비롯한 뜻 있는 연구원들의 작은 연구는 결국 2008년 큰 결실을 이뤘다.

이 해 8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 국은 사막화 방지 공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중 사막화 방지 생명공학 공동연구센터’가 설치됐고, 생명연은 책임 기관이 됐다.

센터장이 된 곽 박사는 중국 연구소를 설득해 지금까지 고구마를 심어본 적이 없는 내몽골 자치국 사막에 자신의 연구를 접목시킨 고구마를 심었고, 지난해 1차 재배에 성공했다.

현재는 식재 품종을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

“방향성은 이미 제시돼 있고, 꿈을 실현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곽 박사는 “우리는 BT(바이오테크놀로지)를 사막에 접목하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며 “사막화 방지와 식량문제 해결에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게 글로벌 녹색성장 관점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결과도 비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재형 기자>

<곽상수 박사 1문 1답>

-세계 식량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은데, 계기가 있다면?
"내가 어릴 때인 1960년 대는 먹는게 힘든 시절이었다. 난 비록 공무원의 아들이었지만 주위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 혹독한 보리고개를 볼 수 있었다. 이 때부터 농촌 식량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고구마를 연구하게 된 배경은?
"고구마는 척박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수확이 보장되는 식물로,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그러면서도 좋은 영양분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특히 고구마는 환경스트레스에 강한데, 대표적으로 고구마에는 자색 안토시안 성분과 노란색 베타카로틴이 동시에 많이 포함돼 있다. 한 품종에서 이 두 성분을 많이 생산하는 것은 고구마 밖에 없다. 이 것들은 나쁜 환경에서 잘 견디면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성분이다."

-고구마 연구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며?
"고구마는 다른 작물에 비해 형질전환이 어렵다. 그동안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하다가 대부분 포기했었고, 나 역시 5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이 연구를 안하면 다른 것을 할 수 없기에 결국 완성을 했고, 이를 시스템화 했다."

-사막화 방지와 고구마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데?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소득이 나오는 작물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사막화는 지역민의 가난으로 직결되고, 또 가난이 사막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때문에 사막에는 소득 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고구마는 여기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작물이다."

-사막화의 심각성을 설명한다면?
"현재 70억 인구 중 10억 명이 먹는 것으로 고통받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 90억 명 이상이 되고, 식량은 지금의 두 배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아무리 과학기술 발전해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즉 앞으로 더 참혹한 보리고개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사막과 같은 생산성이 낮은 땅을 생명과학기술을 이용해 더 잘자라고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게 앞으로 인류가 죽느냐 사느냐와 직결된 식량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의 사막화 방지에 깊은 관여를 하고 있는데?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앞으로나 우리나라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이다. 40여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에 대해 권역과 분야를 다투지 않고 사막화를 방지한다면, 식량과 바이오, 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창출하면서 황사도 저감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여기서 나온 노하우가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 퍼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전세계 고구마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사회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기업이 나서야 한다. 돈이 되면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좋은 땅은 임대하기 힘들지만, 사막은 다르다.
사막과 농지의 중간지대 등을 장기 임대해서 투자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기업을 설득해야 한다. 만약 기업이 내게 개발하고 싶은 땅과 용도를 정해주면, 나는 그곳에 맞는 고구마나 식물 등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주겠다.]

-자가용 안타기 등 환경운동에도 열심히라는데?
"대덕 연구단지는 대중교통 수단이 적어 자가용이 없으면 고립되는 곳이다. 예전에 차 없는 대학원생은 밥먹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2006년에 생명연구원 자전거 동호회를 만들었다. 지금도 차가 없다. 차가 없으니까 너무 좋다. 휘발유 1리터가 이산화탄소 2.3킬로그램 생산한다. 이를 알고 있는 과학자가 솔선수범 안하면 누가 하겠나. 실천하는 차원에서 고집아닌 고집을 부렸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편하다."

-정부의 연구 지원은 어떤가?
"항상 연구비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생명연에서도 농업은 소외 분야다. 또 사막이 없는 나라에서 왜? 사막화방지를 해야 하는가 등의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쉽지 않은 고구마와 사막화 연구를 10년 넘게 하면서 현 시대가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 현재는 과거의 연속이고, 또 미래의 연속이다. 방향성은 이미 제시돼 있다. BT를 사막에 접목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우린 젊으니까 꿈을 실현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관심을 가져주면 글로벌 녹색성장 관점에서, 또 식량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결과도 비례할 것이다."


<관련><사막에서도 생존, 토양 정화 식물 포플러>

포플러는 바이오매스 생산량이 ha 당 17t에 이르는 속성수로, 환경재해 내성이 강해 폐광지 정화나 바이오에너지원으로 중요성이 부각되는 식물이다.

병충해에도 강하고 매년 식재하는 1년생 식물과는 달리 한번 식재로 10년 이상 유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이를 사막과 같은 조건이 불리한 지역에 심을 수 있다면 사막화를 방지할 수 있고 사막에서 생산성까지 유발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곽상수 박사팀은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 및 경상대 등과 공동으로 환경스트레스에 강한 친환경 형질전환 SN포플러를 개발했다.

연구결과 형질전환 SN포플러는 증식과정에서 산화스트레스에 내성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식물 생장호르몬인 옥신 합성유전자의 활성을 촉진해 생장 촉진효과를 나타냈다.

공동 연구팀은 곽 박사팀이 개발한 산화스트레스 유도성 식물유전자(SWPA2) 프로모터와 경상대 윤대진 박사팀이 개발한 복합환경스트레스 내성 유전자(AtNDPK2)를 국립산림과학원이 육성한 불개화(不開化) 포플러에 접목시켜 연구성과를 달성했다.

곽 박사는 “형질전환 SN포플러를 사막과 오염지역 등 국내외 조건불리지역에 대량으로 식재하면 바이오매스 증대를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는 물론 오염지역 토양정화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용  어  설  명

불개화(不開化) 포플러 :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1996년 자연상태에서 20년 이상 수령의 포플러 가운데 꽃이 피지 않는 개체를 선발한 것으로 불개화 포플러를 이용하여 형질전환 포플러를 만들면 화분발생으로 인한 환경위해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NDPK2 유전자 :
경상대 윤대진교수가 애기장대 식물체에서 분리한 복합 환경스트레스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로 NDPK2 유전자를 형질전환식물에서 과량으로 발현시키면 각종 항산화유전자의 발현과 식물생장촉진 호르몬인 오옥신(auxin) 생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활성화시켜 환경스트레스에 내성과 생장촉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WPA2 프로모터 :
생명연 곽상수박사팀이 고구마 배양세포에서 분리한 퍼옥시다제 유전자 (SWPA2)의 프로모터로서 각종 산화스트레스에 의해 강하게 발현이 유도되는 특징이 있어 환경스트레스 내성식물체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SWPA2 프로모터는 미국, 중국 등 6개국에 특허등록 되어 있다.

산화스트레스와 항산화물질 :
"산화스트레스"는 노화와 질병을 유발시키는 활성산소에 의해 세포가 받는 스트레스를 말하며 "항산화물질"은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산화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물질로서 다양한 고분자 항산화효소와 저분자 항산화물질이 있다. 

한중사막화방지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 :
2008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정상회담에서 사막화방지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에 근거하여  2009년 12월 한국 교육과학기술부와 중국 과학기술부 합의에 의해 설립된 것으로 한국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중국은 중국과학원 물토양보존연구소 (Institute of Soil and Water Conservation)에 각 공동센터를 두고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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